아주 특별한 하루

숨가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흐름과 쉼표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하루

승마에서는 ‘정지’가 가장 중요하다. 말을 컨트롤하려면
잘 세워야 하는데, 잘 세울 수 있어야 잘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삶도 매한가지다. 삶은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와 같아서
적절한 ‘멈춤’ 없이 달리기만 하면, 결국 지쳐 주저앉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유·무형의 존재들은 모두 시간 위에 올라타 흔들리는
흐름 속에서 중심을 잡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의 속도를 조절해 나간다.
달려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 그리고 집중해야 할 때와 비워야 할 때가
균형있어야 비로소 안정감있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오늘 ‘특별한 하루’를 체험하기 위해 승마장을 찾은
대한결핵협회 충청북도지부 직원 4인은 ‘질주’와 ‘정지’
사이에서 과연 어떠한 깨달음을 얻게 될까?
그 현장을 공유해 보도록 하자.

박진아 사진 정준택 장소 나파밸리승마장

‘쉼’으로 가는 ‘길’

  • 청주 시내 길을 벗어나 좁은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 들어가니 이내 ‘푸르릉’ 소리를 내는 말들이 보인다. 그렇다. 오늘 ‘아주 특별한 하루’의 체험 장소는 바로 승마장이다. 승마장 안으로 들어서자 다른 문양과 색깔, 모양의 깃을 가진 5~6마리의 말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정겨운 말(?) 냄새가 코끝에 물들기 시작하던 찰나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가까워지며 충청북도지부 직원들이 승마장 내로 들어섰다. 오늘 체험에 참여한 직원은 사업지원팀 김영호 대리, 안남정 대리, 노명희 사원, 운영관리팀 김현진 주임이다.

    교관의 안내에 따라 안전 조끼와 승마 모자를 착용한 직원들은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지정된 말 위에 올라탔다. 덩치가 제일 큰 갈색 말 ‘은동이’에 올라탄 김영호 대리를 선두로 순백의 ‘구찌’에 올라탄 안남정 대리 그리고 미국에서 바다 건너 넘어온 인디언 말인 ‘오이에’ 올라탄 노명희 사원, 말미를 장식하며 거친 성격의 ‘밸리’에 올라탄 김현진 주임까지 대형이 완성되었다.


    “출발하실 때 혓소리를 내주시면 ‘가자’라는 신호가 되고, 정지할 때는 ‘워어’ 소리를 내주시면 됩니다. 자아. 출발. ‘워어’ 정지. 잘했을 때는 칭찬을 해주셔야 해요. 목을 토닥토닥. 이게 말에게 하는 칭찬이에요.” (교관)


    이를 듣고 안남정 대리가 구찌를 토닥토닥 칭찬해 준다. 그런데 어째 칭찬해 주는 토닥토닥 손길이 조금 거칠다.


    “아. 저건 칭찬이 아니라 때리는 거 아니야?” (김영호 대리)


    김영호 대리의 농담으로 다들 웃음을 쏟아내고서야 조금은 긴장이 풀린 듯, 다시 말고삐를 잡고 출발과 정지를 반복해서 이어 나간다. 직원들이 어느 정도 컨트롤에 익숙해지자 모두 고삐를 놓고 교관의 지시에 따라 마상체조(馬上體操, 말을 탔을 때 몸의 긴장을 풀고 부드럽게 풀기 위해 말 위에서 하는 체조)를 시작한다. 손목과 목 그리고 허리와 발목을 돌려가며 긴장을 풀고 근육을 이완시키고 나니 다들 마냥 편안해 보인다. 아직은 다음 단계로 ‘경보’ 가 있다는 걸 모른 채…


“본격적으로 달려보기 전에 연습장을 천천히 돌면서 말 위에서 앉았다 일어서는 경보 훈련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교관)


조금씩 곡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고관절이 나가겠다”, “허벅지가 아프다” 등 생각보다 온몸의 근육이 사용되는 과정이다.


“이제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서 버티기를 해보실거예요. 너무 과도하게 힘을 쓰지 말고 말을 두 다리로 감싼다는 느낌으로 무릎만 펴서 버티도록 할게요. 와우. 여성분들은 지금 자세가 너무 좋아요.” (교관)


“아아! 말을 타고 있는데. 내가 말을 등에 업고 있는 듯이 너무 힘들어요!” (김영호 대리)


“누가 앉아 계시죠? 다 봤어요. 벌써 두 번째예요.” (교관)


“딱. 걸렸네요!”(노명희 사원)


이 말을 듣고 김현진 주임이 잽싸게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너무 힘들어요. 못하겠어요.” (안남정 대리)


“괜찮아요. 잘하고 계시네요. 승마는 말과의 교감이 필수입니다. 말이 주는 반동과 박자를 기억해 두세요.” (교관)


  • ‘쉼’을 배워가는 ‘시간’

    오늘의 교육을 마친 뒤 모두 넓은 운동장으로 나가 말과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앞서 했던 훈련은 말과의 교감 속에서 함께 달리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체감된다. 말과 함께 뛰는 동안 ‘통통통통’ 튀어오르는 엉덩이가 말에게 충격을 주지 않도록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서로의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푸른 나무로 둘러싸인 운동장을 말과 함께 질주하는 직원들이 서서히 말과 호흡을 맞춰간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했던가. 고생 끝에 만끽하는 이 순간은 즐거움이 웃음꽃으로 피어올라 좀전의 곡소리(?)는 이미 까마득히 잊힌듯 했다. 쓰디쓴 과정과 달콤한 결실이 만나 한 장(chapter, 章)의 삶이 완성되고, 잠깐 멈춰서서 숨을 고르며 다음의 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

    “오늘 했던 말과의 교감이 앞으로 제가 하는 일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환자분들과의 소통이 더 원활해질 것 같고 보람도 더 커질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또 타고 싶어요. 시간이 짧아서 아쉽네요.” (안남정 대리)

    “오늘 승마를 해보니까. 똑같이 앞으로 나아가더라도, 자세가 올발라야 편하게 탈 수 있더라고요. 업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과정이 정직하고 성실해야 결과가 더 좋지 않을까요?”(김영호 대리)

    “오늘 교육을 받을 때 뒤에서 동료들의 모습을 지켜봤었는데요. 어느 정도 간격을 유지해야 서로가 다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팀워크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승마가 전신 운동도 되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굉장히 좋다고 듣기는 했는데, 처음 해서 그런지 허벅지가 너무 아프네요. 마치 갓 태어난 말 같아요. 하하.” (김현진 주임)


    오늘의 모든 순간은 지금이었고, 과거로 넘어가고 있으며, 내일의 준비가 된다. 오늘을 어떠한 하루로 갈무리했는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다.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오늘. 때로는 특별하게, 때로는 평범하게, 때로는 바쁘게 흘려보내고 있지만 가끔은 기억해 보길 바란다. “나의 오늘은 긴 생의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