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만남

<D.P.>시즌2·<무빙>, 열일한 2023년…

"대중에게 받는 에너지가 즐겁다"

괴력의 배우

“삼천포와 정봉이 아빠 중에 누가 더 유명해요?”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질문이다.
배우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에선 몽글몽글한 첫사랑앓이 중인 스무 살 대학생을,
<응답하라 1988>에선 가족들의 눈치를 보는 소심한 아빠가 됐다.
2년 간격을 두고 방영된 드라마에서 나이와 성격이 완벽히 다른 두 인물을 탄생시켰다.
이는 그의 진가를 드러낸다. 김성균은 지난 10년 동안 40여 개가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무자비한 깡패와 살인자, 무당, 초능력자, 대학생, 다정한 아빠까지 어떤 캐릭터가 와도
이질감 없이 녹아들었다. 매 작품 새로운 얼굴과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그는 2023년
그 어느 때보다 열일했다. <D.P.>시즌2를 시작으로 디즈니+ <무빙>, 영화 <타겟>,
그리고 tvN 예능 <형따라 마야로>로 전방위 활동을 펼치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는
괴력의 배우 김성균을 만나보자.

조이뉴스24 이미영 연예부 기자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넷플릭스

<무빙>의 히어로 “동경하던 장르를 이뤘다, 시즌2 기다릴게요”

"<무빙>이 상한가를 치고 있을 때 저의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차례여서 너무 긴장했었죠. 주사 맞는 것처럼, 순서를 기다렸어요." 김성균은 <무빙> 중반부에서 초능력자 베일을 벗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시청자의 마음으로 즐겁게, 또 함께한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하면서 보았지만, 자신의 차례가 다가올수록 긴장감도 컸다고 전했다. 그리고 기세 좋던 <무빙>은 김성균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풍성해졌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성균이 맡은 이재만은 엄청난 괴력과 함께 빠른 스피드 능력을 소유한 인물이다. 평소에는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아들밖에 모르는 순수함 가득한 아빠로서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괴물 같은 능력을 드러낸다. 미국 OTT 훌루(Hulu)에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무빙>은 공개 첫 주 시청 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등극했으며, 한국을 비롯한 디즈니플러스 아태 지역에서도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리즈에 랭크됐다. 전 세계 곳곳의 팬들이 <무빙>에 빠졌으며, '강훈이 아빠'이자 ‘이재만’인 김성균에 환호했다.


"원작에서 많은 이야기를 부여하지 않은 캐릭터라 오히려 좋았어요. 재만은 세상 사람들이 바라봤을 때 어리숙하고 모자란 듯 보일 정도로 순수하고 착한 인물이에요. 하지만 내 가족에게 해가 됐을 때는 괴력을 발휘하는 인물이죠. 가족에 대한 사랑, 보편적으로 흔히 생각하는 부성애 지점에서 진심을 다했어요."

극 중 재만은 아들바라기다. 대사가 많지 않은 인물인데, 아들의 이름인 '강훈아'를 부르는 한 줄 대사는 그 어떤 장황한 대사보다 묵직했고 따뜻했다. 부성애를 연기하며 진심으로 울컥했다.

"집에 덩그러니 있는 아기 강훈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어요. 제가 부모라서 그런 상황에 더 몰입했던 것 같아요. 아기 강훈을 연기한 친구가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던지(웃음). 그리고 강훈이가 용기를 내서 '아빠 미안해요. 죄송해요' 하는 신도 울컥했어요."

김성균은 "<무빙>으로 동경하던 장르를 이뤘다"고 했다. "이렇게 큰 작품, 큰 세상에 내가 들어와 있다라는 느낌을 참 많이 받았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무빙>이 열린 결말로 끝나면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그는 "<무빙>은 세계관이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는 작품"이라며 "언제든 스케줄을 비워두고 체력 단련하고 있겠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D.P.> 시즌2 존경받는 어른, 연기 갈증 채웠다

<무빙>에 앞서 공개된 넷플릭스 <D.P.> 시즌2에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2년 만에 돌아온 새 시즌을 위해 "더욱 학구적으로 캐릭터를 팠다"는 김성균의 노력과 열정이 더해져, 더욱 빛나는 박범구 캐릭터가 완성했다.

"<D.P.> 시즌1이 흥행하면서 <D.P.> 시즌2에서는 진지하고 학구적으로 임했던 부분도 있어요. 시즌 1이 큰 사랑을 받았잖아요. 사람들의 <D.P.> 시즌2에 대해 기대감도 컸고, 또 누가 기대를 해주면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잖아요.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모든 배우들이 더 열심히 촬영에 임했어요."

<D.P.> 시즌2는 군무 이탈 체포조 준호(정해인 역)와 호열(구교환 역)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성균은 103사단 헌병대 군무 이탈 담당관 중사 박범구를 연기했다. 일에 찌든 것 같은 투박한 인상, 거친 말투와 잔소리를 장착했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병사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인물이다. 박범구는 후반 부조리를 덮으려고만 하는 국가에 맞서 책임지고 행동하는 '진짜 어른'의 면모를 보여주며 울림을 안겼다.

"제가 연기를 하면서도 박범구라는 캐릭터가 너무 멋있는 거예요. 저도 주변에 있었으면 싶은 참 어른이었어요. 인물을 표현하면서 존경심을 갖고, 또 자신감을 갖고 임했어요."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D.P.> 시즌2는 그가 최초로 출연한 시리즈물이다. 깊이 있게 인물을 파고들 수 있었고, 다시 만난 배우들과 탄탄한 결속력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시리즈물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그걸 채워준 작품이었다.”고 그 의미를 짚었다.

아이들바라기 김성균 “촬영 없는 날엔 식사 담당”

'열일'하는 촬영 현장을 벗어나면 배우 김성균은 어떤 사람일까. 김성균은 <무빙>의 이재만과 꼭 닮은 '아들 바보'다. 연출을 맡은 박인제 감독은 “김성균은 가정적인 사람으로, 실제 배우가 지닌 부분이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줬다”고 했다.

김성균은 2010년 결혼해 2남 1녀를 두고 있다. 큰아들이 중학생 1학년, 둘째 아들이 초등학생 2학년, 막내딸이 초등학생 2학년이다. 촬영이 없는 날엔 집에서 집안일과 식사를 책임지고, 아이들을 픽업한다. 김성균은 "점심은 급식을 먹지만 저녁은 아빠가 맛있게 해주려고 한다."라며 미소 지었다. 한편 가족은 그가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지만, 사춘기 아들을 둔 아빠로서 생각과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막내딸은 아직 제게 안기는데, 아들 둘은 커가면서 점점 멀어지는 게 느껴져요. 예전엔 제 '껌딱지'였는데 요즘엔 '다녀왔습니다' 한마디하고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죠. 막상 아이들에게 다가가려 해도 어떤 얘기를 하고, 뭘 하며 놀아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좀 서글퍼요."

고맙게도 <무빙>은 두 아들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준 작품이다. 10분짜리 동영상도 힘들어하던 두 아들은 20부작 '무빙'을 진득하게 시청하고 있는 팬이다. 김성균은 "18세 관람가지만 부모님 지도하에, 아이 눈을 가리고 함께 봤다"라며 "'고윤정 누나 예뻐서 보는 거지?'하고 놀렸다"며 웃었다.

아들뿐만 아니라 대중과의 소통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올해 유독 작품을 많이 하면서, 대중들의 피드백을 통해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

"직장인처럼 열심히, 꾸준히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해왔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다기보다는 오히려 힘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대중과 소통하면서 얻는 에너지가 나를 즐겁게 하고 삶에 환기가 되는 만큼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하게 작품으로 찾아뵐 계획입니다."


김성균의 다음 작품은 <청년경찰>, <사냥개들>의 연출을 맡은 김주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넷플릭스 액션 코미디 영화 <무도실무관>이다. 전자발찌를 찬 강력범들을 관리하는 보호관찰관이 된 김선민 역을 맡아, 배우 김우빈과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다. 작품을 할 때마다 전작을 벗고, 지금 서 있는 촬영 현장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성실함과 노력이 빛나는 다작 배우, 김성균의 다음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